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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북새통 2005년 3월호 20-21쪽
북칼럼니스트 조희봉님의 '인터넷에서 좋은 책 싸게 사는 비법'
책은 분명 읽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유의 욕망을 한없이 부추기는 물건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1년에 기껏해야 책 몇 권 정도 사는 사람들에게야 책이 가장 싼 기호품이겠지만, 책이 기호품이 아니라 생필품인 사람들에게 책은 무게로나 가격으로나 쉽게 채울 수 없는 소유욕을 끝없이 자극하는 거대한 코끼리다.
그래서 나는 서울에 살 때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툭하면 헌책방을 들락거렸다.
헌책은 여타의 중고품과 다른 장점들도 가지고 있다. 우선늘 몸에 붙여 다니는 물건이지만 위생상의 문제가 없다. 옷이나 신발, 차 등 많은 중고품들이 싸게 거래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생상의 문제 때문이다. 나보다 먼저 누군가 남이 입고, 신고, 타던 물건이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뭔가 찜찜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여러 공공도서관이 증명하듯이 꼭 손에 침을 묻혀가며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책은 좀 지저분할 수는 있어도 심각한 위생상의 문제를 안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책은 주로 사용하지 않은, 즉 읽지 않은 책들이 떠돌아다닌다. 또한 헌책에는 가짜가 없다. 가짜 브랜드나 짝퉁 상표는 들어 봤지만 짝퉁 책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파본이나 심하게 갈라진 책 정도다. 일단 책은 정품이란 점에서 믿을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헌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값이 무지무지 싸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을 떠나 지방에 와서 살다 보니 서울 시내 구석구석에 숨어서 마치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떠나던 해리포터가 기차를 탄 킹스 크로스 9와 3/4 플랫폼처럼 눈 밝은 사람 앞에만 존재하던 그 수많은 헌책방들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궁하면 통하는 법, 비상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했다.
모든 사물은 진화한다. 책도 마찬가지여서 문자와 잉크, 종이라는 기본 재료는 변하지 않지만 인터넷 서점의 출현은 기존의 서점 유통 구조를 무섭게 바꿔 놓았다. 컴퓨터 화면으로만 존재하는 책방이 부른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 변화는 다소 느리게나마 헌책방계에도 인터넷 헌책방의 등장을 불러왔다. 이제 헌책도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만 클릭하면 바로 다음날 택배를 통해 안방으로 배달된다.
오프라인 헌책방 한 번 안 가 본 사람에게 인터넷 헌책방은 더욱 낯설겠지만 어쩌면 이곳이 책을 사랑하는 미지의 당신이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비상구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고로 오늘은 내 나름대로 그동안 숨겨 온 좋은 책 싸게 사는 비법을 공개하는 셈이다. 빨리 승차하세요. 여기는 킹스 크로스 9와 3/4 플랫폼입니다.
'헌책사랑'( http://www.usedbooklove.com )사이트는 다소 거창하게 표현하면 책들의 '소리바다'와 같은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단일한 헌책방이 아니라 각각의 개인을 시스템상 서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할뿐 실제는 수많은 개인 책방의 집합체다. 이미 50여개의 개인 책방이 들어서서 자유롭게 자신의 책을을 원하는 가격에 내 놓고, 사람들은 각각의 책방을 둘러보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책들을 주문해 직거래를 통해 주고받는다. MP3 파일을 서로 공유하고 다운로드 받듯이 서로 책들을 주고받는 일종의 P2P 방식이다. 각각의 책방에는 다양하고 놀라운 책의 목록이 매일 경쟁적으로 등재된다. 이런 개인 직거래 방식은 이미 대형 서점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모닝365'( http://www.morning365.com )의 '장터365'나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book.com )의 'Usedbook' 코너는 비슷한 성격의 직거래 책방이다.
'북017'( http://www.book017.co.kr )은 놀라운 인터넷 헌책방 사이트다. 엉성하고 허술한 외형의 이 사이트에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최신간부터 절판 희귀본까지 놀라운 신규 목록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그 목록에서 책들이 품절되는 속도 또한 놀라워서 예고도 없이 등장하는 책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진행하는 동안 찜해 놓은 책들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가끔 들어오는 사람은 늘 품절된 책들의 목록만 보는 셈이지만, 책을 둘러싸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경쟁은 그야말로 경매 시장을 방불케 한다. 거의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엄연히 다른 자매 사이트 '북011'(http://www.book011.co.kr) 또한 만만치 않다.
이 밖에 오북( http://www.obookstore.co.kr ), 매니아북( http://www.maniabook.co.kr ), 바이북( http://www.bybook.co.kr ), 하이셀러( http://www.hiseller.com ), 아이앤지북( http://www.ingbook.co.kr ), 가자헌책방( http://www.gajagajabook.co.kr ), 고래서점( http://www.gorebook.co.kr ) 등도 매일 다양한 책들이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어떻게 이런 책들이 벌써 나왔나 싶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신간들이 수두룩하다.
일반 서점들처럼 인터넷 헌책방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기도 한다. 앞에서 열거한 서점들이 순수하게 주로 인터넷으로만 운영된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경우도 있다.
목동의 열린책방( http://www.openbookstore.co.kr ),대방동의 대방헌책방( http://www.oldbook8949.co.kr ), 인천 부개동의 책사랑방( http://www.booksarang.co.kr ), 수원 팔달구의 남문서점( http://www.ibuybook.co.kr ), 성산동의 모아북( http://www.moabook.co.kr ), 홍제동의 대양서점( http://www.daeyangbook.hihome.com ), 화곡동의 책의 향기( http://www.bookperfume.co.kr ) 등은 인터넷으로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목록들도 믿음직하지만 실제 매장을 한 번 찾는 것이 재미를 더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면 서민 경제와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듯이 도서 시장이 어려울 때는 변두리 중소서점이나 헌책방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다. 예전 같으면 나오자마자 없어졌을 책들이 그대로 헌책방에 재고로 남아 있는 걸 바라보는 마음이 그저 좋지만은 않은 까닭은 그만큼 좋은 책을 찾는 미지의 독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슨 대단한 비법이라도 소개할 듯이 시작했지만 사실 중요한 건 책을 싸게 사는 비법이 아니다. 그저 머리 속에 자기가 필요로 하는 거대한 책들의 지도를 그려 놓고 끊임없이 책들을 찾고, 하나씩 읽어나가야만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런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저 말랑말랑한 베스트셀러나 출세에 도움이 될 실용서적들을 대형서점에서 한두권씩 사서 근근히 읽어나가면 될 일이다.
그래도 아직은 어딘가에 먹을 돈, 입을 돈 아껴가면서 눈에 불을 켜고 좋은 책 한권을 찾아내 마치 보물처럼 가슴에 품고서 마냥 기뻐하는 '책 폐인'들이 많이 있으리라고 간절히 믿어 본다. 결국 죽어가는 책을 살릴 마법은 그들에게서나 나올 테니 말이다. 여기는 책을 살릴 마법을 지닌 해리포터를 간절히 기다리는 비상구, 킹스 크로스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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