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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무절제한 에너지 소비...지구 온난화등 불러
조    회
작성자
홍보팀
작성일
                          2004-12-23

요 즘 날씨가 여간 심상치 않다. 해가 저물어 가는 데도 도무지 겨울다운 기색이 없고, 지난 여름에는 이웃 일본에 10차례의 대형 태풍이 들이닥쳤다. 한류가 흐르던 동해에 온갖 아열대 어종들이 찾아오고, 불가사리와 해파리가 넘쳐나고 있다. 모두가 부쩍 심해진 이상 기후 탓이다. 그 원인으로는 인간의 무절제한 에너지 소비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한 사람이 하루에 65만 킬로칼로리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한 사람이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가 2000 킬로칼로리이므로,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원시인 320명이 사용하던 에너지를 혼자 사용하는 셈이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에너지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산업 혁명 전까지만 하더라도 5억명이 채 되지 않았던 지구상의 인구가 이미 60억명을 거뜬히 넘어섰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인간도 다른 짐승과 마찬가지로 포도당과 같은 탄수화물을 연소시켜 얻는 에너지로 생명을 유지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뽐내게 된 것은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연료에서 얻은 에너지로 난방을 하고 음식을 요리한 덕분에 어둠 속에서 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게 됐고, 영양 섭취도 훨씬 수월해졌다. 음식물에 묻어 있는 세균에 의한 질병의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농경과 목축을 시작했던 1만 년 전에 한 사람이 소비하던 에너지는 대략 1만 킬로칼로리 정도였다.

불을 이용해 구리와 주석을 함께 녹여 청동기를 만들고, 철광석을 녹여 더욱 단단한 철기를 만들면서 인류의 에너지 소비는 더욱 늘어났다. 진흙을 구워 유용한 도자기를 만드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1인당 에너지 소비는 6만 킬로칼로리로 늘어났다. 증기 기관을 이용한 산업용 기계와 교통 수단의 개발이 그 원인이었다. 석탄을 연소시켜 얻어내는 열 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증기기관은 자연에 숨겨진 열역학(熱力學) 법칙을 찾아내는 계기가 됐다. `에너지'(energy)와 `엔트로피'(entropy)의 개념으로 화학 변화에서 얻을 수 있는 열과 일의 양을 예측할 수 있게 됐고, 물이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이유도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19세기 중반에 전기가 발명되면서 우리의 에너지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석유라는 새로운 화석 연료를 이용하는 다양한 기술도 개발됐다. 새로운 연료를 이용한 내연 기관 덕분에 자동차와 비행기가 등장했고, 우리의 생산성은 더욱 향상됐다. 20세기 중반부터는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첫 선을 보였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현대 과학자들에 의해 가능해진 커다란 성과였다. 우리는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힘든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역사상 가장 평등하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에너지의 대량 소비는 적지 않은 문제들을 파생시켰다. 석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는 지구의 생태계가 오랜 세월에 걸쳐 태양 에너지를 모아두었던 것이다. 그런 화석 연료가 몇 백 년만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대기 중의 온실 기체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1992년에 맺어진 교토 의정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노력의 하나다. 불필요한 낭비는 철저히 막아야겠지만, 우리가 에너지 소비를 모두 포기하고 질병과 굶주림과 차별로 고통받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상 기후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간이 살지 않았던 때도 지구의 기후는 끊임없이 변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후손이 사용할 새로운 에너지도 적극 개발해야 한다. 태양열과 지열을 활용하는 현실적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원자력을 포기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애써 찾아낸 과학 지식으로 그런 위험을 극복해왔던 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 주임교수 (디지털타임즈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