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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바닷물 염도가 일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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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팀
               
작성일
                          2004-12-03

수심 2500m의 '열수공'이 물 순환시켜

지난 100여 년 사이에 현대 과학은 놀랍게 발전했다. 이제 우리는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됐는가에서부터 생명의 신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거의 모든 것을 알아낸 듯하다.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화성의 표면이 어떻게 생겼는가도 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작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지구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정말 초보적인 수준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97%가 집중돼 있는 바다는 본래 생명 탄생의 보금자리였다. 우리 몸을 채우고 있는 체액의 화학적 조성이 바닷물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것은 인류가 바다에서 비롯됐다는 하나의 증거다.

소금(NaCl)을 비롯한 다양한 광물성 염(鹽)과 유기물들이 녹아있는 바닷물이 생물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바다에는 3000만 종(種) 이상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바닷물 1ℓ에 녹아있는 소금의 양은 대략 2.5 티스푼이고, 그런 소금을 모두 모으면 육지 전체를 150m의 높이로 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 된다.

오대양을 채우고 있는 바다의 표층수는 지구의 자전과 바람의 영향으로 인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한반도 주변의 난류와 한류들도 그렇게 만들어진 해류의 일부이다. 또한 바닷물은 밀도의 차이에 의해 깊은 바다로 가라앉거나 떠오르기도 한다. 수온과 염도의 차이에 의한 밀도 차 때문에 나타나는 `열염순환(熱鹽循環)'이 바로 그런 현상으로, 18세기의 유명한 과학자 럼퍼드 백작이 처음 예측했었다. 북대서양의 물이 열염순환에 의해 태평양으로 이동하는 데는 무려 1500년이 걸린다.

바닷물이라고 영원히 바다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양열을 받은 바닷물은 공기 중으로 증발했다가 빗물이 되어 다시 육지나 바다에 떨어지게 된다. 바닷물의 그런 순환은 적도 주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태양열 에너지를 지구 전체로 확산시켜서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바다에서 하루에 증발하는 물의 양은 9000억 톤에 이른다. 만약 그렇게 증발된 물이 영원히 바다로 되돌아오지 않는다면 바다의 깊이는 매년 1m씩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강물이나 빗물의 형태로 바다로 되돌아가는 물의 양을 모두 합쳐도 바다에서 증발하는 양에는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다른 순환 통로가 없다면 바다의 평균 염도는 조금씩 높아져야만 하지만, 바닷물의 평균 염도(鹽度)는 지난 15억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바닷물의 염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유가 처음 밝혀진 것은 1977년이었다. 미국의 심해 잠수정 `알빈'을 이용해서 갈라파고스 부근의 바다를 살펴보던 탐사팀은 수심 2500m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철분과 황화수소가 풍부하게 녹아있는 뜨거운 물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열수공'을 처음으로 찾아낸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런 열수공이 태평양과 대서양의 가운데 있는 해령(海嶺)을 따라 널리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바다 속 깊은 곳에 엄청난 규모의 물 순환 통로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열수공의 발견으로 생명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크게 달라졌다. 본래 우리는 섭씨 70도가 넘는 물에서는 어떤 생물도 살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섭씨 400도가 넘는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는 열수공 근처에 거대한 지렁이와 다양한 갑각류들이 군락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 햇빛이 닿지 않는 깜깜한 심해에 사는 생물들은 태양 에너지로 살아가는 우리와는 달리 열수공에서 솟아오르는 황화수소를 이용해 생명을 이어간다. 드넓고 깊은 바다에는 아직도 우리를 놀라게 해줄 수 많은 신비들이 숨어있을 것이 분명하다.

서강대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디지털타임스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