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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 http://www.hani.co.kr/section-004000000/2005/02/004000000200502141825229.html 




■ 정부·산업계 반응

교토의정서 발효로 정부와 산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로 설정된 1차 의무부담국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올해부터 시작될 2차(2013~2017년) 의무이행기간과 관련한 협상 과정에서 한국을 의무부담국에 포함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9대 배출국‥3년 21조원 투입키로
청정기술·대체가스 친환경 전환 잰걸음

■ 정부, 영향 최소화 노력 =정부는 우리나라가 세계 9대 온실가스 배출국이기 때문에 2차 의무부담국 편입을 피해 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의무부담국에서 한국이 빠진 것은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체결 당시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차 의무부담국에서도 벗어나는 게 협상에 임하는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다양한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의무부담국에 포함되더라도 경제 성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복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과 비교해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두배로 증가했을 만큼 화석에너지원이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래서 더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 어렵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정부는 그래서 △협약 이행기반 구축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기반 구축이라는 3대 분야에 90개 과제를 선정해 3년간 21조5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앞으로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든, 지금같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 산업계, 온실가스 절감 노력 구체화 =교토의정서 발효는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철강, 자동차, 시멘트 산업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인 온실가스 절감 노력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기후변화협약 대응 태스크포스팀’을 발족시켜 올해부터 2007년까지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며, 하이브리드 및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차량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업체들도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을 통해 2008년 이후에는 1997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청정기술 개발과 대체가스 적용, 공정 최적화를 통해 불화탄소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있다. 이를 통해 2002년 이전에 건설된 생산라인에서는 종전보다 70% 이상 불화탄소 사용량을 줄였고, 2002년 이후 만들어진 라인에서는 90% 이상 감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또 에스케이㈜는 단기적으로는 에너지효율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포스코는 2008년까지 2003년에 견주어 에너지 사용량을 8% 줄이기로 했다. 홍대선 이태희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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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응은 강건너 불”

       
■ 환경단체들 정책전환 촉구
“원자력 중심 에너지 다소비 구조 탈피를”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교토의정서 발효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이 지나치게 안일하고 끌려가는 식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전지구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뿐 아니라 경제를 위해서도 에너지 체계를 지속가능한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세기 들어 우리나라의 기온은 1.5℃ 상승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피해는 불분명하지만, 아열대성 바닷고기와 동·식물이 발견되고 있고 세균성 이질과 렙토스피라 등 기온상승과 관련이 깊은 전염병은 벌써 증가추세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해수면이 1m 높아지면 한반도 면적의 1.2%가 침수돼 약 150만명이 대피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고 오히려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옹호하는 듯하다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한다. 이버들 녹색연합 에너지 담당간사는 “정부의 전력정책은 원자력 등 대규모 전원을 중심으로 한 공급 위주여서 에너지 절약과 효율향상 등 수요관리나 신재생에너지는 부차적인 기능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지구온난화 대책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어느 부처도 자기 일로 느끼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가 확정발표한 ‘기후변화협약 대응 제3차 정부종합대책’에 대해서도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은 “지난 두차례의 종합대책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3년간 21조를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기존에 계획된 투자계획을 다 합친 것일 뿐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새로 들어간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이 이처럼 겉도는 근본이유가 국가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부처별로 기존대책을 짜맞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과 일본에서 기업을 중심으로 교토의정서 체제를 새로운 산업과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적 기회로 삼는 데 비해 우리는 아직도 부담과 피해로 보는 소극적 시각도 문제로 지적됐다.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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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4% 감축 먼길
‘환경세’부터 삐걱

■ 각국 움직임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발효가 임박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의무의 이행에 곧바로 들어가야 하는 일본·유럽은 물론 다른 주요국들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 일본=가장 다급한 처지다.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6%를 감축해야 하는 일본은 배출량이 당시보다 오히려 8% 늘어났다. 따라서 목표연도인 2012년까지 14%를 줄여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특히 가정용 전력생산을 위한 태양전지나 자동차 연료전지 분야 등의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전력·철강·석유 등 온실가스 대량배출 업종을 중심으로 1억4천만달러를 출자해 온실가스 배출권 기금을 만들었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한 만큼 의무이행을 인정받는 사업도 활발하다.

그럼에도 목표달성이 어렵기 때문에 환경세 도입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환경청은 휘발유 1ℓ당 1.5엔을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법안을 내놓았지만 경제회복에 대한 악영향을 주장하는 경제산업성과 경제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유보된 상태다.

유럽 차근차근 준비 배출권 시장 출범 주력
중, 배출량 2위지만 개도국 분류 의무 제외

◇ 유럽=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모범적이다. 유럽내 최대 배출국인 독일은 동독의 옛발전소 폐쇄, 영국은 전력사업 민영화를 통한 효율적 운영을 통해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달성한 상태다. 유럽은 자체적으로 목표달성이 어려운 나라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역내 배출권 거래시장의 출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1일 노르웨이 전력거래소가 배출권 선물거래를 시작했으며, 이달 안에 독일의 유럽에너지거래소가 현물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유럽에선 현재 등록된 배출권이 25억~40억t이며, 연간 시장규모가 17억유로(약 2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브릭스(BRICs) 등=지난해 교토의정서를 비준함으로써 발효를 가능하게 한 러시아는 옛소련 해체와 90년대 경제침체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속히 줄었기 때문에 오히려 배출권리가 남아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도 개도국이란 이유로 감축 의무를 지지 않으며, 인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는 11월부터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 진행될 예정이어서, 경제가 급격히 팽창하는 브릭스 나라들이 첫번째 표적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대배출국 미국은 탈퇴‥자국내 대립 심화

◇ 최대배출국 미국, 내부갈등=세계 최대 배출국이면서도 교토의정서에서 이탈한 미국에선 내부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재선된 조지 부시 행정부는 교토의정서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 등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초당파 의원들은 지난 10일 미국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